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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갑판(Burning Platform)

1998년 7월, 영국 스코틀랜드 근해 북해 유전에서 석유 시추선이 폭발하여 168명의 목숨이 희생된 사고가 발생하였다. 앤디 모칸(Andy Mochan)은 지옥 같은 그곳에서 기적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가 한참 잠이 들어 있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잠결에 들리는 엄청난 폭발음 소리에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불기둥이 곳곳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치솟고 있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피할 곳이라고는 없었다. 순간 그는 배의 난간을 향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바다 역시 새어 나온 기름으로 불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그가 바다로 뛰어내린다 하더라도 길어야 30분 정도 여유가 있을 뿐이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구조되지 않는다면 살기를 포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더욱이 배의 갑판에서 수면까지는 거의 50미터 높이였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두려웠다. 머뭇거림도 잠시, 그는 불꽃이 일렁이는 차가운 북해의 파도 속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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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앤디 모칸을 바다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을까? 그가 운이 좋았던 것일까? 배에 남아 있다가 목숨을 잃은 168명은 왜 바다로 뛰어들지 않았을까? 168명 모두가 용기가 없었거나 운이 나빴던 것 일까? 앤디 모칸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그 순간, ‘불타는 갑판’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곧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확실한 죽음’으로부터 ‘죽을지도 모르는 가능한 삶’으로의 선택이었다.

(출처 : 구본형, 익숙한 것과의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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